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창출: 청년이 돌아와야 지역이 산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창출: 청년이 돌아와야 지역이 산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김상민(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 청년층 고용불안 문제의 지속화와 중앙정부의 정책대응2007년 처음 등장한 ‘88만원 세대’는 취직에 성공한 20대 청년층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서, 월평균 급여가 88만원이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별칭이다.1) 최근에는 88만원 세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에코붐 세대라는 용어도 등장했는데, 에코붐 세대는 1968∼1974년에 태어난 2차 베이비붐 세대의 1991∼1996년생 자녀들을 뜻하며, ‘에코붐’에는 이들이 2차 베이비붐 세대의 '메아리'(Echo)처럼 노동시장에 돌아온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2) 이러한 2차 에코붐 세대가 처한 현실은 기존 88만원 세대보다 더욱 열악하다는 지적이 대두되는데, 경력이 없어 취업에 실패하고 취업을 못하니 경력을 쌓을 수 없는 악순환 고리가 지속된다는 것이다.3)청년층의 고용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산하 일자리위원회는 2018년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년 일자리 대책」을 수립하여 발표하였다. 재난 수준의 청년 고용위기 극복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청년의 체감도를 높이고, 양질의 민간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정책수단 총동원하여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를 내도록 설계한다는 원칙을 수립한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중소기업부, 교육부 등 다수 부처에서 다양한 일자리 사업이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특성을 반영함과 동시에 청년층의 지역정착을 유인할 수 있는 특성있는 청년일자리 사업의 필요성 대두되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청년일자리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2018년 6월부터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지역정착지원형, 창업투자생태계조성형, 민간취업연계형의 3대 유형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본 사업의 주요 목적은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지속가능한 청년일자리 창출, 지역의 관점에서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청년일자리 창출, ‘청년 지역정착 유도’를 통한 지역활력 제고에 있다.이 중 특히 창업투자생태계조성형(2유형)은 지역별로 특화된 청년 취‧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지역인재로 성장시키는 사업유형이다. 이 사업의 모태가 된 사업이 바로 경상북도에서 처음 시작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이다. 본 글에서는 ‘청년이 돌아와야 지역이 산다’라는 모토로 시작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간략히 살펴보고, 그 정책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청년이 돌아와야 지역이 산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도시청년 시골파견제는 일본의‘지역협력대’사례를 참조하여 경상북도에서 2017년부터 시작된 시범사업이다. 청년인구의 수도권 집준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대로 가면 경상북도 내 23개 시·군 중 17개 시·군이 소멸한다는 위기 진단을 받은 경상북도는 경북형 일자리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다양한 사업 모델 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사업이 바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이다. 이 사업은 도시 지역에서 경북으로 주소지를 옮겨 창업·창작 활동을 하는 만 15~39세 청년에게 창업 지원금과 별도의 교육, 컨설팅을 통해 지역자원을 활용한 청년창업을 3,000만원까지 지원함으로써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도시로 떠난 청년들이 다시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역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를 통해 마을공동체의 복원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 전반적 활력을 제고하고자 기획되었다. 초창기 모집 분야는 ⓵ 지역자원과 특산품 등을 활용한 관광상품, 기념품 개발·판매, ⓶ 미술, 음악, 사진 등 청년문화예술 창작 활동 지원, ⓷ 전시·체험공간, 청년카페, 음식점, 게스트하우스 운영, ⓸ 기타 지역활성화를 위한 모든 분야 등으로 구분되며, 사업아이템 및 사업예정지가 읍·면단위 시골마을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경우 우대한다. 2017년 시범사업을 통해 3개 팀 10명을 선정해 지원했고, 2018년 상반기에는 행안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에 선정되어 국비 12억원을 지원받았다. 그 덕에 초기 10명이던 지원 인원은 23개 시군 100명으로 확대되었고, 2018년 선정된 총 53개 팀, 94명은 현재 활발히 사업을 운영 중이다.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화수헌’이다. 경북 문경에 위치한 화수헌은 한옥을 개조하여 카페와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하고 있다. 대구와 부산 출신의 친구 5명이 함께 당초 연고도 없던 문경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주말 평균 200여명이 방문하는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발돋움 하였다. 무엇보다 커피나 우유를 제외한 모든 식재료는 문경에서 생산된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숙박의 개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앞마당을 야외 공연장으로 활용하면서 지역 청년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개방하고 있다. 지역 청년들이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소규모 공연을 하거나 회의장소 또는 창업 모임을 위한 회의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화수헌은 지역 농산품의 활용을 통해 지역경제의 선순환에 유도할 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들의 커뮤니티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 시사점고령화 및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은 농촌 지역의 침체뿐만 아니라 지방소멸이라는 위기론도 대두시켰다. 반대로 도시의 청년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취업과 고용불안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어떻게 하면 지역의 문제와 청년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탄생한 사업이 바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이다. 청년들을 지역으로 유인하고, 이들의 젊음과 패기, 그리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지역의 활성화를 꾀함으로서 청년의 고용문제와 농촌지역의 침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청년들의 지역 유입으로 지역의 생기와 활력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청년들 역시 자신들의 능력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개인적 만족감, 보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기대감도 높다.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지속성을 갖고 우리사회에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아직 과제도 많다. 우선 청년들이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정책 수단이나 사업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원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청년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주민이나 단체들과의 연계망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공유되고 개선될 수 있도록 피트백 체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점진적 정책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지역정착이 1-2년의 단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갖고 청년들의 필요와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청년이 돌아와야 지역이 산다’라는 모토로 시작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청년들이 그들의 능력과 재능을 발휘하면서 지역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 우석훈, 2008, 「88만원 세대」 2) 연합뉴스(2018.01.25.일자): '에코붐 세대' 마주한 문 대통령…청년일자리 특단 대책 주문 https://www.yna.co.kr/view/AKR20180125067751001 3) 머니투데이(2019.05.01.): ‘88만원 세대가 부러운 ‘요즘 애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olumeNo=19564446&memberNo=36310338&vType=VERTICAL
김상민
2019-11-29
11월 지방자치동향_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창출_김상민.pdf다운로드
일본의 다문화 공생정책
일본의 다문화 공생정책
김필두(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2016년 1월 일본의 아베수상은 참의원 본회의에서 “이민정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지만, 인구가 급격히 감소되어 「지방소멸」의 시대를 맞이하여 1억명의 인구 마지노선이 붕괴될 위험에 처한 일본(126,056,362명, 2017년)은 지금 이민정책 수립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이민정책이 시급한 이유는 노동력의 부족현상에서 비롯된다. 일본은 총인구·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구인란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노동력 부족을 여성 인력이나 고령층 활용으로 메꾸려는 대책을 내걸었지만 역시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향후 이민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일본의 이민정책은 일본인들의 혼네〔本音〕(본심, 속마음)가 반영된 것이었다. 일본인은 해외로 나가기도 싫어하고, 외국인과 같이 살기도 외국인의 유입도 싫어한다. 일본의 경제인단체연합회가 장학금을 주는 해외 유학생을 모집했는데 응시자가 미달되었다는 사례가 일본 젊은이들의 외국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외국인이 일본으로 들어오는 것도 상당히 싫어 한다(표면적인 이유는 치안 악화나 가치관 대립 등이지만, 본 마음은 가능하면 외국인과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이다). 2015년 10월 말 현재 91만 명이지만, 아직 전체 노동력인구의 1.4%에 불과하다(미국은 15%, 독일은 10%).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외국의 우수인재를 활용하여 IT 등 신산업을 개화시키는 것을 보자 다른 나라들도 외국의 우수인재를 확보하려고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서 일본도 IT전문 인력 등 우수인재에 대해 각종 우대정책을 실시하며 인재확보에 나섰고,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우수인재 확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인력 뿐만 아니라 단순노동자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 현재 일본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고수해 온 일본 이민정책의 영향이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기능실습생’이라는 명분으로 자동차 공장이나 건설 현장 또는 농촌 지역에 투입되고 있는 노동자들을 반드시 귀국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었다. 따라서 외국 근로자나 외국 유학생은 단기적인 일본 체류자이자 스쳐가는 손님 혹은 심하게 말하면 소모적인 일회성 일꾼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일본의 대 외국인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은 일본과 외국인의 모국간의 임금격차가 커서 일본에서 몇년간 일하여 번 돈으로 본국에서 풍족한 생활이 가능하여 외국인들(특히 후진국)에게 일본의 매력적인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일본에서 단기적으로 취업하거나 공부하던 근로자 유학생이 많았던 한국, 중국, 베트남 등의 생활수준이 놓아지고 임금수준도 일본의 임금수준에 가까와 졌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서 최근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를 국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정책들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전 경찰청 청장 구니마쓰 다카지(国松孝次)씨는 인구 감소 사회를 극복하고 일본의 현재의 국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민이 늘어나면 국내 치안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오히려 일본이 장래적으로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확실히 컨트롤이 되는 ‘이민’ 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지금까지 일본인은 외국인을 단순한 ‘노동력’으로 밖에 보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거주 외국인들을 ‘생활자’로 받아들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고쿠시칸 대학 스즈키 에리코(鈴木江理子)교수는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 이민과 외국인의 힘이 필요하며, 현실적으로 외국인 체류자는 238만 2822명(2016년말)에 이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민 정책으로서 대응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체류자들에 대한 격차의 확대와 사회적 분단이 조장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외국 인재의 활용은 이민 정책이 아니다”라는 일본의 자세가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으면서 이민 정책은 필요 없다는 입장”으로 이어지면서 노동시장에서 일본인과 외국인의 경제적 격차의 확대,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취학 지연 등 경제사회문제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민과 외국인 노동자 고용에 저항감이 컸던 일본이 `50년 후 인구 1억명 사수`를 목표로 하여 취업이민 우대, 외국인 인재 영입, 유학생 확대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되었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일본이 되기 위하여 일본은 소모품으로 대하였던 외국인을 일본의 국민으로 대우하고 일본인과 외국인이 상생할 수 있는 다문화 공생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외국 이민자들의 정착을 위하여 외국인을 주민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공생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들이 지방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다.
일본의 다문화 공생정책의 특징은 중앙정부가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고야시는 2012년 1차 다문화공생추진플랜 5개년 계획(2012~2016년)을 발표했다. 다문화가족에 언어·방재(지진 대피 요령 등) 교육을 지원하고 주거·일자리 등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현재 2차 플랜(2017~2021년)을 만들기 위한 위원회가 조직돼 활동 중이다. 2차 플랜에는 사회 정착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족이 지역사회에 녹아 들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목표가 포함될 예정이다. 나고야시는 세계적인 자동차기업 ‘도요타’ 본사가 위치해 공업이 발달하면서 20~30년 전부터 근로자, 결혼이민자 등 외국인이 많이 유입된 곳이다. 결국 나고야시가 추구하는 다문화 공생은 외국인이 문제없이 일본인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 특히 다문화 자녀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실제로 나고야 시는 다문화가족 관련 비영리단체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나고야시 내에만 ‘다문화 공생’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가 30곳을 넘는다. 최근 이주한 다문화가족을 비영리단체와 연결해 일본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다문화 자녀가 학교에 입학할 경우 학교 측은 나고야시 관할 교육원을 통해 다문화가족 학부모와 심층 상담을 우선 진행한다. 교사는 학부모와의 심층 상담을 통해 해당 다문화 자녀의 수준에 적합한 일본어 수업을 제공한다. 이 수업은 일반적으로 생활에 꼭 필요한 서바이벌 일본어를 가르치는 초급 단계부터 중급 단계, 교과서에 나오는 학습 언어를 배우는 고급 단계까지 세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첫 3개월은 관할 교육원 내에서 집중 교육이 기본적으로 이뤄지며, 다문화 자녀가 원한다면 학교 내 교실에 언어지원 봉사자가 파견되기도 한다. 이른바 맞춤형 통역이 지원되는 것이다. 보통은 일대일 전담 통역가가 하루 종일 다문화 자녀 옆에 붙어 수업 내용을 보조하는 식이다. 이 밖에도 일본어가 서툰 다문화 부모를 대상으로 한 지원도 있다. 다문화 부모 전용 언어 코디네이터가 그것이다. 언어 코디네이터는 한국어·중국어·필리핀어(타갈로그어)·포르투갈어·스페인어·베트남어를 구사하는 이민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하마마츠시 내 비영리단체 ‘위시(WISH ·Wide International Support in Hamamatsu)’는 11년째 다문화자녀를 대상으로 입학 전 예행연습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지역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다문화 자녀는 매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1주일간 지역 소학교를 통째로 빌려서 ‘ぴよぴよ(삐약삐약)’ 클래스를 체험해볼 수 있다. 미리 일본 초등학교를 다녀보고 실제로 입학했을 때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위시는 직접 모금활동을 벌여 운영비의 일정 부분을 마련하기도 한다. ‘야마하’, ‘엔테츠 백화점’ 등 지역 내 유명 기업이 주로 다문화 지원단체를 성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위시는 결혼 이주 여성의 일자리 창출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다문화 정책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주도하는 게 특징이다. 행정부보다는 의회가 강한 일본 사회 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굉장히 빠르게 추진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각 지역별로 맞춤형 지원이 어렵고, 민간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역별로 그 지역에 어떤 부류의 외국인이 많느냐에 따라 다문화 정책의 색깔도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마마츠시는 협동·창조·안심 세가지 기치를 내걸고 이민자와 외국인의 정착·공생을 돕고 있다. 일본인과 함께 협동하고, 차세대를 육성하고, 동일본대지진 같은 대형재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 다문화 정책의 목표라고 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민자 가정 자녀의 경우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다 보니 학교에 취학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일본어도 모국어도 둘 다 안 되는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일본어의 경우 말은 할 줄 알아도 쓰지도 읽지도 못하게 되기도 한다. 자연히 고등학교 진학률이 떨어지고 일본인 가정 자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악순환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고리를 끊기 위해 하마마츠시는 2009년부터 ‘미취학 제로작전’이란 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취학연령이 됐는데도 학교에 가지 않은 다문화 자녀 아동은 단 1명에 그쳤다.
‘다문화 공생’이란 용어는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시민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지만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외국인의 피해가 굉장히 컸다. 이러한 비극을 겪고 나서 시민들 사이에서 ‘외국인들도 같이 살아나가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이때 처음 나온 ‘다문화 공생’이란 단어를 일본 정부(총무청)가 차용해 외국인 정책의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일본의 다문화 공생 정신은 사회 전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지는 않지만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이 정책의 핵심이다.
한국 다문화 정책은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난 중국동포·베트남 등에서 건너온 결혼이주여성과 자녀를 우리사회에 통합시킨다는 게 주목표다. 정부가 이끌다 보니 정책의 추진 속도도 매우 빠르다. 관련 법이 4개나 되며 2007년 이후 전국에 210개 다문화지원센터가 생기는 등 단기간에 관련 인프라가 확대되어 왔다. 여성가족부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다문화지원센터에서는 결혼이민자와 다문화 자녀에 대한 한국어 교육, 가정방문 부모 교육, 취업 지원, 이중언어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어린이집 이용 등 복지 서비스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사회나 시민단체의 참여가 전무하기 때문에 사회·지역주민과는 격리된 채 센터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데 그치는 단점도 있다. 지역 주민이 동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문화 지원정책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차별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다문화가족의 비율은 2009년 36%에서 2012년 41%로 갈수록 늘고 있다. 자녀의 학력 저하, 따돌림 피해 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정책 연구원 김이선 박사는 “한국어 교육 지원을 통해 예전에 비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다문화 자녀는 줄었지만 여전히 친구 한 명 사귀지 못하는 등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현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도 일본처럼 다문화 정책을 펴는 부처를 하나로 통일하고 지자체 중심으로 지역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광일 숙명여대 다문화통합연구소장(정치학과 교수)는 “정책만 놓고 봤을 땐 우리가 일본보다 훨씬 앞서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다문화 관련 예산을 총괄하는 부처 없이 법무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가 백화점식으로 정책을 쏟아내 중복 지원되는 요소가 너무 많다고 주장하였다. 공무원이 직접 떠먹여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하고 다문화가족이 사회와 유리되지 않게 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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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