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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백석 올미마을의 성공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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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백석 올미마을의 성공 스토리
김필두(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백석올미마을은 영농조합은 자동차로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당진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면 도심 반대편으로 30분 정도는 더 달려야 충남 당진 순성면 백석리에 자리잡고 있는 백석올미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백석올미마을영농조합은 2012년 마을기업으로 출발했으며 같은 해 전국 최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정직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구매해 안정적인 소득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마을 구성원들이 출자금을 모았다. 현재는 백석올미 마을 내 100여 가구 중 53가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합원은 대부분의 60대에서 80대 사이의 여성으로 조합원의 평균 나이는 75세이다.
백석올미마을에는 예로부터 매실나무가 많이 자라는 마을로 10만 그루의 왕매실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해나루’라는 명품 쌀로 유명하다. 이러한 마을의 자원을 활용하여 마을의 어르신들이 조상 대대로 이어 받아 온 전통방식 그대로 만든 매실 한과를 만들었다. 먼 조상때부터 명절 때 즐겨 먹는 한과는 고향의 맛과 어머니의 손 맛을 느끼게 한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명절을 맞아 고향집을 찾는 자식과 손자, 손녀에게 먹이기 위해 주름진 손으로 정성껏 만들었을 것만 같은 다소 투박한 생김새 때문일까. 종류도 맛도 천차만별이지만 십중팔구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내면서도 시중에 파는 과자처럼 부담스럽지는 않은 적정함을 지닌 것이 한과의 매력이다. 백석올미마을영농조합애서는 매실 한과 외에도 매실을 가공한 장아찌, 고추장, 매실청, 매실 진액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상품의 원료가 되는 매실과 쌀, 찹쌀, 콩, 참깨 등은 모두 백석올미마을 현지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농민들에게서 직접 구매한다.
백석올미영농조합의 출발은 김금순(63) 대표의 귀농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에서 평범한 주부로 살던 김 대표가 남편의 고향인 당진에 내려온 것은 2008년의 일이다. 남편의 귀농 제안에 "시골생활 안하겠다"며 고집을 피웠지만 귀농한지 2년만인 2010년에는 마을 부녀회장까지 맡아 마을 살림을 적극적으로 돌보기 시작했다.
"마을 부녀회에서 독거노인 돌봄이나 양로원 봉사활동 등을 위해 기금을 마련하느라 조금씩 소득사업을 하곤 했었어요. 그러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의욕이 생긴 거죠. 마침 권역마다 마을 소득사업을 시작하라고 권장하고 있었어요. 우리 권역에서는 매실이 굉장히 유명하니까 부녀회가 마을 권역사업으로 매실 한과를 (사업으로) 한번 해보자고 한 것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김금순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마을 집집마다 마을기업에 관한 공문을 돌리고 함께 할 마을 부녀자들을 모집했다”면서 “출자금 200만원이 부담이 될 법도 한데 다들 마을일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적극 참여해 33명의 조합원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석올미는 33명의 조합원이 출자한 7600만원과 정부보조금으로 마을기업을 본격 추진했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부녀회 회원 33명의 출자금으로 겨우 건물 하나를 짓고 나니 재원이 바닥 났다. 사업 경험이 없는 탓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서 막다른 벽에 부딪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을기업 인증 제도를 접했고 망설일 겨를도 없이 인증에 도전했다. 그렇게 마을기업으로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 2012년 8월이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한과 만들기에 "자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던 한과와 상품으로서의 한과는 엄연히 달랐다. 찹쌀을 삭히고 분쇄해서 술과 콩물을 섞어 반죽하고, 반죽을 쪄낸 다음 얇게 밀어서 말리고, 말린 떡은 기름에 튀겨 낸 뒤 표면에 쌀 튀밥 가루를 묻히는 마무리 과정까지 제조 과정 하나하나가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결국 김 대표와 마을 총무, 현재 공장장까지 3명이 나서 무려 6개월간 한과 전문인 과정을 수료했다. 한과 제조 뿐만 아니라 가공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각종 인·허가 사항부터 판매 방법까지 사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익혔다. 당시 한과 제조과정이나 재료 구매 방식에 대해 세운 원칙은 현재까지 철저하게 잘 지켜지고 있다.
백석올미영농조합 조합원 어르신들의 다양한 노력과 성과가 마을 어르신들의 안정적인 소득으로 이어지면서 2012년에는 전국 최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에는 연매출 3억5천만원을 기록하였다. 그 사이 33명이던 조합원 수는 53명으로 늘었다. 전체 100여 가구 중 절반이 조합에 참여할 만큼 백석올미영농조합이 마을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2014년 백석올미영농조합이 어르신 일자리를 창출하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면서부터는 마을 어르신 16명이 고정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의 평균 나이가 75세인데다 농사 일도 병행하다 보니 순환근무제로 일 하는데 일감이 부쩍 늘어나는 명절 때는 마을 사람들이 너도 나도 손을 보탠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 모이면 점심시간은 자연스럽게 잔칫집 분위기가 된다. 밭에서 막 따온 호박, 가지 등 각종 식재료를 두 손 가득 가져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더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모여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온다.
소문을 듣고 체험을 위해 마을을 찾는 타 지역 사람들도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체험은 찹쌀을 발효시켜 튀겨낸 한과를 매실 진액과 함께 내온 뒤 매실 진액과 하얀 옷을 차례대로 입히는 순서로 진행되는데 새색시같이 뽀얀 옷을 입힌 매실 한과를 한입 베어물고 나면 한과의 매력에 푹 빠진다는 게 마을 사람들의 설명이다.
투비앤포스트(주)의 대표인 박금용 박사는 백석올미영농조합의 성공 요인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들고 있다.
첫째, 마을 할머니 대부분이 젊었을 때 마을에서 한과류를 직접 만들어 왔던 경험(노하우)을 경쟁력 있는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것이다.
둘째, 해당 아이템을 그대로 사업화 하지 않고 동종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한과류의 상품화는 지방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전통식품을 사업화 하려다 실패한 사업장도 많아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은 기존한과 가공방식에 발효매실을 추가해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한편, 튀김 기름은 당일 사용하고 폐식용류로 처분하여 한과의 상품 질을 높였다.
셋째, 창업 초기 판로의 문제를 조합원 스스로 개척하였다. 주로 명절 때 선물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의 특성을 고려해 조합원 스스로 일가친척에 직거래 방식을 통해 판매하였다. 그 대신 판매자와 조합원에게 판매액의 일정액을 영업비로 정산해 조합원 스스로 판매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업망을 구축, 영업사원 없는 영업 조직을 운영하였다. 현재 온라인 판매, 개별 또는 단체 주문 등 다양한 형태로 유통경로 확산 중이며 상품의 카테고리도 한과 수제 다식, 매실장아찌, 엑기스, 조청 등 다양화 하였다.
넷째, 조합원 모두 서로 도우며 일하는 상생관계를 모두 갖고 있다. 조합원은 60대 초반에서 80세가 넘는 할머니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생산속도가 느린 어르신도 있다. 뚜렷한 기술이 없는 조합원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일하고 업무 분장에 따라 개개인의 역량 있는 일을 분업화한다. 누가 일을 더 많이 하고 덜 한다고 해도 서로 간 시기와 질투가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이고, 웃음이 가득한 사업장이다.
백석올미영농조합의 김금순 대표는 백석올미영농조합이 노령화되는 농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요즘 시골이 노령화된다고 문제라고 하잖아요. 근데 그 노령화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백석올미영농조합처럼 마을 사람들이 함께하는 사업을 통해 농산물 직거래도 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죠. 도시 사람들이 이렇게 만들어진 안전한 먹거리를 믿고 사주면 판로 걱정도 덜 수 있고요. 도시와 시골이 하나되면 어떤 어려운 난관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자료 : 중앙일보, 대전일보, KOIKA 취업지원센터, 당진신문, 여성농업인신문, KBS다큐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