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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방정부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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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방정부 파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 이희재
지방정부 파산 (State and Local Bankruptcy)
국제 자치 정부 관리 연합 (ICMA: International City/County Management Association)은 1914년 설립된 이래로 미국 및 전 세계의 지방 정부들에게 지방 정부의 운용과 관련된 유용한 정보들과 통계 자료를 제공해주는 비영리 단체이다. 미국에서 ICMA는 주정부 및 지방정부들과 협력하여 현황 자료, 이슈 요약 등의 문서들을 발간하여 지방 정부 정책 결정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음은 2013년에 발간된 ICMA의 “fact sheets and other documents” 섹션에서 논의된 바 있는 지방정부 파산과 관련된 미국 동향(Fact You Should Know: State and Local Bankruptcy)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추진배경
2013년 연초부터 미국과 관련하여 언론에서 자주 오르내린 용어가 재정절벽(fiscal cliff)이다. 재정절벽은 세금 감면의 종료로 인한 세금 인상과 동시에, 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작스럽게 줄어들거나 중단되어 경기가 위축되는 것 ( http://lexicon.ft.com/term?term=fiscal-cliff)을 의미한다. 미국은 2000년대 초 부시정부가 시작했던 감세 정책이 종료되어 세금이 인상되며, 정부 지출은 미국 정부의 적자로 인해 감축해야만 한다. 미국의 2012회계연도 재정 적자는 1.1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65조원에 이른다(2012년 10월 12일자 뉴욕타임즈 기사). 어려운 재정 상황은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재정적 제한은 법적으로 매년 혹은 2년마다 예산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대부분의 주 들에게 예산 압력을 주고 있다. 그 동안 각 주 들은 강력한 지출 제한을 하거나 주권(sovereign)을 근거로 세금을 올려서 예산 압력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낮은 투자 수익률과 매년 보류된 분담금으로 인해 비보조 연금(unfunded pension)이나 보건관련 부채도 커지고 있다. 2009년에서 2011년 사이에 43개 주들이 연금 계획을 수정하여 연금 제도 비용과 단기 부채를 줄였지만 여전히 미국 지방 재정 상황은 좋지 않다. 도시 정부 단위에서는 최근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Detroit) 시가 파산을 신청하였으며, 2012년에는 캘리포니아 주의 3개 시(Stockton, Mammoth Lakes, San Bernardino)가 파산을 신청한 바 있다(2013년 7월 19일 BBC 뉴스 기사).
2. 주요내용
이처럼 어려운 경제상황과 관련하여 미국 연방 의회에서는 각 주 정부들의 파산을 처리하기 위한 사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각 주 정부들은 이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보이고 있다. 2011년에 주지사 협의회(NGA: National Governors Association)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주 의회 협의체 (NCSL: National Conference of State Legislatures)와 함께 합동 간부 서한을 발송하여 주 들이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것을 허가하는 의회 법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2013년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연방 정부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여 주민이나 채권 시장에 대한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을 고려하는 주는 하나도 없는 것이다.
미국의 주 정부들은 다음과 같은 근거에 따라 주 정부가 파산을 선언하는 것을 허용하는 연방법에 반대한다. 첫째, 주 파산을 허용하는 연방법은 이자율을 높인다. 둘째, 이 법은 투자자와 시장을 불안하게 하여 주 정부의 비용을 높일 것이다. 셋째, 금융시장에 더 많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만들어낸다. 넷째, 무엇보다도 미국 헌법 수정조항 10조에 명시된 주의 주권을 약화시킨다. 주 정부들은 파산이라는 선택은 헌법적으로 주권단체라고 인정되는 각 주들을 위한 법적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들은 조세권을 가지고 있으며, 헌법이나 법에 예산 균형 조항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파산은 2013년의 디트로이트나 2012년의 스탁턴, 맘모스 레이크, 산 베르나디노처럼 연방 파산법 제 9장의 제재를 받는 지방 자치단체들에게는 선택 사항이 될 수 있다. 상기 지방 자치단체들은 법적인 기업이지, 주권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파산법 제 9장의 적용을 받기 위한 자격도 몇 가지 요소로 매우 좁게 재단되어 있다. 먼저 그들의 지방 자치단체가 하위 정치체제인지, 책임운영기관인지, 혹은 각 주들의 대행기관에 불과한 지를 결정한 주들이 이 선택 사항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지방 자치단체가 파산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며, 만기 기간까지 채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자격이 주어진다. 무디스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1개 주와 콜롬비아 자치구(Washington DC)는 아직 지방 자치단체 파산과 관련된 법을 통과시키지 않았으며, 28개 주가 조건부 혹은 제한적인 파산법 9장의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 조지아 주와 푸에르토리코는 주 법에서 지방 자치단체들이 파산법 제 9장을 적용하는 것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3. 시사점
2010년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한국에 지방 자치 단체의 파산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주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방재정위기관리제도가 만들어졌다. 기존에 해마다 진행되던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및 2011년도에 도입된 재정위기 사전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지방 재정위기의 수준을 파악하고 위험성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각종 재정 활동의 제약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제도 하에서 한국의 지방 자치 단체가 미국과 같은 파산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 2009년 219개나 되던 통합재정수지 적자단체가 2011년에는 39개로 줄어들었다(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12). 하지만 이러한 지방재정위기관리제도는 중앙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면이 있으므로, 재정분권화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는 추세를 볼 때 지방 정부의 재정 자주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최근 태백시의 사례에서 보이듯이 채무보증을 섰던 공기업의 경영악화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예기치 않은 파산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추후의 제도변화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파산제도와 관련된 찬반 논의 및 상위 자치단체와 하위 자치단체의 파산에 관한 차별적 접근, 예외적인 적용 사항 등 파산 제도와 관련된 다양한 미국의 사례는 참조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12) FY2011 지방자치단체 재정분석 종합보고서
Annie Lowrey (October 12, 2012) “Federal Deficit for 2012 Falls to $1.1 Trillion,” NewYork Times
BBC NEWS (July 19, 2013) “Detroit legal battle over bankruptcy petition,” BBC US & Canada
ICMA (2013) Fact You Should Know: State and Local Bankruptcy, 2013 Fact She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