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제 안착 과제는? 매력있는 답례품 확대…플랫폼 다변화를
입력 : 2024-01-22 20:02
수정 : 2024-01-24 05:00
고향기부제 시행 2년차, 안착 과제는 
지자체별 모금 실적 ‘천차만별’ 
특산품 개발 부족 아쉬움도 커 
기부 한도 높이고 홍보 다각화 
규제 완화된 개정안 통과 시급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 상·하위 각 지방자치단체 30곳의 평균 격차가 20배 가까이 벌어진 걸로 확인됐다. 같은 인구감소지역이라도 전남 담양군은 모금액이 22억원을 웃도는 반면 부산 서구는 3000만원대에 그치는 등 실적 차이가 컸다. 전체 모금액이 650억2000만원에 그친 데다 그나마도 지자체별로 실적이 천차만별인 셈인데, 제도 시행 2년차인 올해 상황은 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조한 흥행 실적, 지자체별 실적 들쭉날쭉=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향기부금 전체 모금액은 650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43개 지자체 한곳당 2억7000만원을 모금한 꼴이다.

평가는 엇갈린다. 행안부는 2008년 일본 고향납세가 도입된 첫해 실적(81억4000만엔)과 비슷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반면 2008년 일본 상황과 견주면 아쉽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당시 일본에선 온라인 기부가 불가능했고 공제 절차도 까다로웠다”면서 “온라인 기부, 공제 체계가 갖춰진 상태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한 우리 실적을 십여년 전 시행한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더 아쉬운 건 지역간 격차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동갑)을 통해 확보한 243개 지자체의 모금 실적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 실적 상위 30곳(7억8127만원)과 하위 30곳(4188만원)의 평균 모금액 격차는 19배에 달했다.

이런 격차는 기부금이 절실한 지역 사이에서도 확인됐다.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가운데는 담양군(22억4351만원)처럼 수십억원대 모금을 기록한 곳도 있었지만, 평균 모금액에 못 미치는 지자체도 36곳이나 있었다.

재정자립도 하위 지자체 20곳 가운데서는 강원 화천군(1억5530만원), 전남 구례군(2억2376만원)·신안군(2억3889만원), 경북 영양군(1억8690만원)·봉화군(2억863만원), 경남 의령군(2억3229만원) 등의 모금액이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매력적인 답례품 부재 역시 아쉬운 점으로 거론된다. 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지자체의 절반이 넘는 131곳에서 가장 많이 선택받은 답례품으로 지역화폐가 꼽혔다.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지역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지역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당초 기대효과에 부합하도록 지자체가 답례품 개발에 더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2년차, 제도 안착 안갯속=문제는 새 제도에 관심이 사그라들 가능성이 큰 올해다. 지난해 일부 지자체의 호실적 요인 중 하나는 출향민의 고액 기부였다. 특히 향우회가 발달한 전남의 모금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았는데, 실적 1위인 담양군의 경우 500만원을 기부한 고액 기부자 83명이 전체 모금액의 5분의 1을 메웠다. 하지만 애향심에 기반한 기부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의 자발적인 기부가 이뤄지려면 기부금이 좋은 곳에 쓰인다는 ‘기부 효능감’을 높여야 하지만 현행 제도 아래에선 쉽지 않은 과제다. 기부자들은 자신들이 낸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구조여서다. 이에 더해 지난해 상당수 지자체가 모금액 못지않은 홍보비를 집행한 탓에 기금사업을 벌일 재원이 부족한 상태로 파악된다.

제도 인지도가 여전히 저조한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12월 기부가 몰렸고, 특히 전액 세액공제 한도인 10만원이 기부된 건수(약 44만건)가 총기부 건수의 83%를 차지한 점에 비춰보면 연말정산 대상인 직장인이 중요한 잠재 기부자임을 알 수 있다. 염명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는 “연말정산 대상 근로자가 2000만명이나 되지만 현재 참여는 매우 저조한 수준”이라면서 “이들을 새로운 기부자로 포섭하기 위한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보·모금 창구 확대 등 제도 개선 시급=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개선이 불가피하다. 현행 체계는 기금사업의 종류와 홍보 방법은 물론 기부 상한과 창구 등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제도 흥행을 막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기부 상한액을 연간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높이고, 홍보 방법을 다각화하는 내용의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려 입법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기부 상한 확대를 위해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병행이 필요하다면서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상황이라 법 개정이 21대 국회 임기 내에 이뤄질지가 안갯속에 놓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 설득 등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 안착을 위해 플랫폼 개설도 절실하다. 지난해 내내 낮은 접근성과 편의성으로 기부자 속을 태우던 ‘고향사랑e음’은 연말 과부하에 따른 서버 다운에 이어 올초에는 기부금 영수증을 중복 발급하는 문제마저 터졌다. 기부자가 기부한 액수보다 더 많은 기부금 영수증이 발급된 건수가 16일 기준 300여건에 달한다. 유일한 온라인 창구인 고향사랑e음이 제도 활성화는커녕 신뢰성을 깎아 먹는 모양새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기부 활성화를 위해선 제도가 기부자 편의성 중심으로 개편돼야 하는데, 그 핵심이 플랫폼 다변화”라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