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향납세 흥행 비결은…지역 매력 가득 담은 ‘답례품’
입력 : 2023-12-04 19:17
수정 : 2023-12-06 05:00
국회입법조사처 분석 
최고 실적 미야코노조시 
전국 생산 1위 특산물 ‘승부’ 
축제 자주 열어 홍보도 열심 
관계 쌓아야 오래간다 
관광상품·항공권 등 제공해 
자연스레 방문 유도하는 곳도 
“참여 이끄는 데 답례품 중요 
기부자와 소통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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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향납세 기부금 대표 답례품. 국회입법조사처

#일본 남부 미야자키현의 인구 16만명 규모 소도시 미야코노조시는 지난해 195억9300만엔(1741억1300만원)의 고향납세를 유치해 일본 지방정부 중 실적 1위를 달성했다. 미야코노조시가 이처럼 많은 기부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특산물을 답례품으로 내세워 기부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1일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본 고향납세 답례품 우수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일본 고향납세 제도의 답례품 현황 및 시사점’을 통해 “일본의 고향납세가 활성화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답례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향후 우리나라도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지역의 특색을 활용한 답례품, 기부자가 지역을 방문해 체험하는 답례품, 기부자와 관계를 지속하는 답례품 등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방재정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나라 고향기부제와 유사한 고향납세 제도를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초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16년째를 맞은 현재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모금액은 9654억1000만엔(8조5830억원), 기부 건수는 5184만3000건에 달했다. 올해 8월말 기준 국내 고향사랑기부금 추산액이 265억원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고향납세 흥행 비결 ‘답례품’=일본에서 고향납세가 흥행하는 비결로 기부자가 고향납세 후 받는 답례품이 꼽힌다. 2021년 일본 시루미루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고향납세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기부자)의 89.1%가 ‘답례품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 지난해 일본에서 고향납세를 가장 많이 모은 상위 10개 일본 지방정부는 지역 특색을 살린 상품을 개발하고 기부자와 지속적으로 상호 교류하면서 뚜렷한 차별점을 보였다. 고향납세 유치액 전국 1위를 기록한 미야코노조시는 지역의 고기와 소주 생산량이 전국 1위라는 점으로 차별화하고, 답례품을 고기(소·돼지·닭)와 소주로 한정했다. 또한 월 2회 온·오프라인 축제를 개최해 고향납세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인구 2만명의 소도시 홋카이도 몬베쓰시는 194억3300만엔(1728억9900만원)을 유치해 실적 2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지역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빙하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유빙(流氷) 투어’를 답례품으로 개발했다. 일본 최동단에 위치한 홋카이도 네무로시는 지역특산물인 꽃게·털게·가리비 등을 답례품으로 내놓고 도쿄·네무로시 왕복 항공권을 제공해 기부자의 지역 방문을 이끌었다. 사가현 가미미네정은 지역식재료를 활용한 가공품과 사가규(사가현 대표 화우)를, 교토부 교토시는 지역장인이 세공한 전통 수공예품(석쇠)과 리조트 숙박권 등을 제공하며 기부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리적으로 멀다는 약점을 답례품으로 승화시킨 지방정부도 있다. 홋카이도 시라누카정은 관내에 거주하는 기부자의 부모에게 매일 자동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기부자에게 알려주는 ‘안부전화 서비스’를 답례품으로 제공했다.

답례품을 매개로 기부자와 지속 교류할 연결고리를 만드는 곳도 있다.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는 기부자에게 매달 계절과일 샌드위치를 배송하는 서비스를, 후쿠이현 쓰루가시는 출향인, 예비 귀촌인을 위해 관내 빈집을 월 1회 방문 청소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지역특산품이 없는 지방정부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대표 사례로 후쿠오카현 이즈카시(햄버거 소스, 드립커피, 견과류 등)와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시(샴푸세트·탄산수·위스키 등)가 있다. 대신 이들은 기부자가 선호할 만한 생필품을 답례품으로 선정해 일정 기간 매월 배송하는 등 아이디어를 더해 기부자와 관계 쌓기에 집중했다.

◆“기부 유도 수단으로 답례품 활용”=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고향사랑기부금 누리집 ‘고향사랑e음’에서 가공식품(4179건), 농축산물(2556건), 생활용품(1467건), 관광 서비스(676건), 수산물(602건)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한다.

입법조사처는 일본 지방정부가 기부자의 참여도를 높이기에 충실한 답례품을 제공한 것이 고향납세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 지방자치단체 또한 ‘지역의 매력을 드러내는 답례품’을 개발할 필요가 높다고 주장했다.

입법조사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고향기부제 활성화 전략을 마련하고 운영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제도개선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며 “답례품을 통해 기부자의 재기부를 유도할 수 있도록 고향사랑기부금의 기부자와 지자체 간 소통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답례품이 활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성지은 기자 s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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