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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긴급 재해 지원에 활용되는 일본 고향세, 우리는?


입력 2023.07.24 11:04 수정 2023.07.24 11:10        데스크 (desk@dailian.co.kr)

올해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기부금을 걷을 수 있는 제도로서, 현행 법제에 벗어나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무척 유용하다. 열악한 세수를 보완해 숙원 사업을 하거나, 시급을 다투는 일을 하는데 고향사랑기부제의 역할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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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거센 비 탓에 사망자 수십 명, 침수 차량 수천 대, 시설 피해 역시 수천 건이 발생했다. 수도권보다도 충청, 전라, 경상권역 등 지역의 피해가 컸다.


고향세를 통해 긴급 재해 지원을 하는 일본


2008년부터 고향세 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은 늘 재해 상황을 겪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등은 수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야기시켰다. 재해 상황을 긴급하게 지원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지원 기준을 정하기도 쉽지 않고, 예산 집행을 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직접 피해 당사자는 지방자치단체인데, 지원을 결정하는 당사자는 중앙정부인 것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지방자치단체는 큰 재해 상황마다 고향세의 지정기부 모금을 통해 지원해 왔다.

일본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고향세 기부금액은 649억엔 규모로 그 전년인 2010년의 67억엔에 비해 9.7배가 늘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구마모토 대지진이 일어났던 2016년은 고향세 기부금액이 2566억엔으로 그 전년인 2015년의 1471억엔에 비해 1.7배가 늘어났다.


기부는 기부해야 할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고향을 살리자는 이유는 약하다. 재해 긴급 지원은 지역에 기부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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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재해 지원 상황에서 역할을 못하는 고향사랑기부제


고향사랑기부제는 폭우로 인한 긴급 재해 지원 상황에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박정현 부여군수는 충남시장군수협의회 발언에서 1966년 제정된 ‘재해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 등에 관한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주택· 상가가 전파된 경우 최대 1600만원, 반파는 800만원, 침수는 200만원이 최대 지급액이다. 보상액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가구, 가전제품 등 살림살이에 대한 지원기준이 전무함으로써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즉, 실질적인 피해보상은 쉽지 않다.


한정적인 중앙의 제도 및 지원을 넘어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가 긴급 재해 지원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행정안전부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https://www.ilovegohyang.go.kr/)’에서 이런 시도가 여전히 불가능하다.


민간 플랫폼과 협업하며 긴급 재해 대응을 하는 일본 고향세


재해 상황은 비상시기다. 촌각을 다투는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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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 오키나와 슈리성에 화재가 발생해 주요 건물 7채가 전소되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3시간만에 고향세 지정기부함을 열고, 전 국민의 관심사로 해당 이슈를 확장했다. 중앙정부는 물론 민간과의 협업 역시 순식간에 이뤄졌는데, 재해 대응의 이니셔티브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가져갈 수 있었다.


이렇게 빠른 대응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일본 지방자치단체는 고향세 민간 플랫폼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 일본 최대 고향세 민간 플랫폼 후루사토쵸이스는 재해지원 사이트를 별도로 개설한 뒤, 누구나 쉽게 재해 지원 상황을 업데이트 하고, 문자메시지 보내듯이 기부자와 소통할 수 있게끔 플랫폼을 운영한다. 재해 상황의 경우, 모금 행정의 대부분을 민간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하는 것은 물론 모금에 따른 분담금이나 수수료를 징수하지도 않는다. 기부자들 역시 재해 상황이라는 시급성에 공감해 답례품을 고르지 않고 기부하는 비율이 높고, 그러다 보니 해당 모금함에는 상당수 답례품을 지급하지 않는 형태로 페이지가 열린다.


지방자치단체는 현장에서 재해 긴급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민간 플랫폼은 기획, 홍보마케팅 등을 통해 모금을 주도하여 진행하는 셈이다. 민간 플랫폼이 콜센터 등을 통해 기부자 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는 것도 행정의 부담을 줄여주는 주요한 역할 중 하나였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당장의 재해 긴급 지원이 아닌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예산을 현장 중심으로 확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방자치단체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같은 제도하에서 이런 일들이 도모될 필요가 있다.


제도 원년이라지만, 현재까지 한국 고향사랑기부제는 왜 이렇게 경직되어 있는지, 혁신적이거나 유연하지 못한지 돌이켜봐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번 재해 긴급 지원 역시 고향사랑기부제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자면 십 수년 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온 일본 고향세 사례를 구체적으로 벤치마킹하면서 보다 혁신적이고 보다 유연한 한국형 고향사랑기부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김대호 로컬그라운드 이사 justp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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