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촌 인구감소 대응, 고향기부제 적극 활용해야
입력 : 2023-07-12 18:46
수정 : 2023-07-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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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농촌 인구감소는 지역소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인구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23’을 통해 농촌인구는 2030년 943만명, 2040년 900만명, 2050년 845만명으로 지속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우리나라는 올 1월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를 전격 시행했다. 앞서 2008년 고향납세를 도입해 15년째 운영 중인 일본에서는 기부금에 대한 답례품 및 기금사업을 통해 인구감소 추세를 늦추거나 인구증가 같은 성과를 거둬 눈길을 끈다. 특히 지역 특성을 살린 다양한 답례품 발굴이 지역의 전통산업과 소상공인·기업 등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한 민간 포털사이트의 월간(5월9일∼6월9일) 답례품 인기 순위 1∼10위를 보면 ▲일본산 장어 ▲오호츠크산 가리비 ▲야마나시산 샤인머스캣 ▲철판구이 함박 ▲쌀 4종 ▲제철 샤인머스캣 ▲은연어 필렛(저민 살코기) ▲사카미노리 정미(精米) ▲두껍게 썬 우설 ▲전통 정육점의 특상 햄버거 등 모두 농축수산물이다. 답례품에서 농축수산물 비중이 크고 인기 또한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답례품 발굴과 기금 활용 사업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도카치 평야에 위치한 가미시호로정은 고향납세를 통해 ‘육아 및 저출산 대책 희망기금’을 설립하고 보육환경을 개선해 이주자를 불러들여 인구를 회복했다. 작은 농촌마을인 가미시호로정 인구는 2010년 5188명이었는데,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 2014년 4884명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2015년부터 인구가 반등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5020명까지 늘었다.

인구가 반등한 배경에는 고향납세 답례품 발굴과 기금사업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이 있었다. 이 마을은 평야를 배경으로 한 공공목장인 ‘나이타이 고원 목장’과 ‘드림힐’ 등이 유명하다. 가미시호로정은 목장의 신선한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 고품질의 쇠고기 등을 고향납세 답례품으로 제공했고,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답례품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로 인해 관련 상품 생산이 증가하고 지역산업도 활기를 띠었다. 가공공장 신설, 새로운 고용 창출, 외지로부터 인구 유입 등 긍정적인 파급효과까지 볼 수 있었다.

또한 마을로 이주한 청년과 젊은 부부가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육아·교육 환경을 개선했고 이를 위해 고향납세 기금을 적극 활용했다. 의료비 무상 지원 대상을 고등학생까지 확대하고 예방접종비를 지원하는 등 지역주민의 수요에 맞게 정책을 펼쳤다. 지역 내 어린이집 신설 및 무료 급식 시행, 외국어 강사 어린이집 초빙, 초등학교 소인수(少人數) 학급 운영, 예체능 전문교사 고용, 도서관 및 생애학습센터 운영, 통학버스 운행 등 젊은 부부의 이주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보육사업을 시행했다.

이처럼 농촌으로의 인구 유입은 관계인구 및 생활인구 형성, 잠재적 이주인구 유치 같은 접근에서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도심 속 생활에 지쳐 농촌으로 이주를 고민하는 예비 이주자들에게 고향기부제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기부를 통해 지역 발전의 재원을 마련하고, 이런 재원으로 정주여건이 개선된 지역에서 새롭게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고향기부제가 우리나라 지역 특수성을 반영하고 지역 인구감소의 장애물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신두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재정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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