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고향사랑기부제', 지방소멸 구할까

10만원까지 환급, 1000만명 참여하면 1조원 모인다

2022-05-03 11:53:28 게재

기부 마중물로 경제활성화, 일자리 확충, 인구 증가 '선순환' 기대

세액공제·답례품으로 참여 독려 … 지방특색 맞춤 '사업 개발' 핵심

법인 참여 차단, 기부 권유 금지 … 1인 최대 500만원까지만 가능

"초기엔 정부·지자체 주도, 이후 운용·유지·관리는 민간이 해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 소멸의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공약들이 실행하는 데 이 제도가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서 이미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제도는 자신이 사는 지역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10만원까지는 전액 소득공제되고 나머지는 16.5%의 세액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부금액의 30%이내에서 답례품도 골라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한 사업에 지정 기부할 수 있고 기부금 사용내역까지 투명하게 공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강원농협, 고향사랑기부제 추진 TF 회의 열어 | 지난달 13일 강원 춘천시 농협 강원지역본부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김용욱 강원농협 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고향 또는 원하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지자체는 주민 복리 등에 사용하고 기부자에게는 세제 혜택과 기부액의 일정액을 지역 농축산물 등으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사진 연합뉴스


3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제정의 주요내용 및 의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금제도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지방소득세의 10%를 고향에 납부하면 세액공제를 해주는 방안이 제시된 데서 시작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최대 30%까지 지방소득세를 고향으로 이전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이에 따라 18대와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제출됐지만 임기말 폐기됐다.

2017년 문재인정부 100대 과제에 포함됐다. 21대 국회 들어 지난해 9월 28일에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거주하지 않은 지역에 기부하면 = 고향사랑기부금은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정치후원금처럼 10만원까지는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다. 10만원이 넘는 금액은 16.5%까지 세액공제되는데 최대 500만원까지만 기부할 수 있다. 세액공제가 되면 국가 세수가 91%, 광역단체 세수가 9% 줄어들게 된다. 국가의 세금이 지방자치단체로 옮겨가게 되는 셈이다.

기부한 사람은 기부액의 30%이내에서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10만원 기부한 사람은 10만원 전액을 돌려받을 뿐만 아니라 3만원의 답례품까지 받게 되니 사실상 13만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100만원을 기부한 사람은 10만원은 모두 공제받고 나머지 90만원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를 받으며 30만원 상당의 답례품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과열경쟁을 막기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설치됐다. 미디어 홍보는 할 수 있지만 권유는 금지된다. 지자체와 업무·고용 등의 관계가 있으면 기부나 모금에 참여할 수 없다. 호별방문이나 향우회, 동창회에서 모금을 독려해서도 안 된다. 모금을 강요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자체가 법을 어길 경우엔 1년간 기부금 모금이 차단될 수 있다. 법인들의 기부도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답례품 경쟁을 막기 위해 답례품 선정과정이나 답례품 생산 업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고 다수의 답례품 제작업체들을 지정해 기부자들의 선택을 받도록 했다.

답례품 경쟁 과열을 막기 위해 답례품의 가격 상한선을 100만원으로 차단했다. 기부 최대액인 500만원을 기부하더라도 30%인 150만원이 아닌 100만원까지만 답례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부하려는 사람은 고향사랑기부를 위한 웹사이트에 들어가 기부하고 싶은 지방자치단체를 우선 클릭해 들어간 후 기부액수와 함께 답례품과 기부금이 쓰이길 원하는 사업을 지정하면 된다. 답례품은 집에서 택배로 받을 수 있고 기부액은 자동적으로 세액공제돼 연말정산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방소멸 부추기는 재정 부족현상을 막자 = 지방소멸시대는 인구 감소와 함께 재정 부족이라는 이중고로 시작됐다. 낮은 지방세 비중이 지자체의 살림을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보조사업, 사회복지사업 등으로 자체사업비 비중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지방소멸현상을 우리나라보다 먼저 만난 일본은 2008년에 주민세를 고향에 내는 고향납세제도를 실시했고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 고향납세 홍보,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답례품 제공, 소득공제 한도액 인상, 민간 웹사이트들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모금액이 2015년 1652억엔(한화 1조7090억원)에서 2020년에는 6725억엔(한화 7조1500억원)으로 늘었다.

민주당 정책위 기획재정위 전문위원을 오랫동안 담당해왔던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최근에 내놓은 신간 '고향사랑기부제 교과세'를 통해 "시행 첫해에 기부액이 약 1조원을 넘어서고 답례품 시장 규모는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2019년 기준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는 납세자 인원이 1600만명이 넘기 때문에 이 중에서 1000만명이 10만원씩 기부하면 1조원의 기부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했다.

◆기부자에겐 답례품, 지자체엔 재정 확충과 지역살리기 = 기부에 참여한 개인들은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받고 '고향'이 특별한 활동에 동참했다는 '자부심'을 얻게 된다. 기부금을 받는 17개 광역단체와 230여개의 기초단체는 다양한 공익활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지역 생산품 중심으로 만들어진 답례품 사업은 지역 경제을 크게 활성시킬 수도 있다. 지역상품권을 답례품에 포함한 것도 경제활성화를 고려한 결과다. 그 지역만의 특별한 답례품과 사업을 찾아내는 게 '지역사랑기부제'를 성공시키는 핵심 열쇠인 이유다.


일본에서는 각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답례품으로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지만 다양하고 기발한 기획사업으로 기부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사례도 발견됐다.<표 참조>

다양한 경쟁도 예상된다. 각 지자체마다 실적과 성과들이 공개되는 만큼 기부금 모금액과 함께 답례품에 대한 인기, 기획사업의 성과 등이 각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나 정부의 고향사랑기부제 공식 사이트를 통해 모두 공개됨에 따라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인구증가에는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관계인구'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을 만하다. 일본 제5차 특별조치법에 등장한 '관계인구'는 '제3 인구'라고도 하며 상시적으로 거주하지 않지만 지역산업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민간영역 신속성, 유연성이 필수적" = 초기 설계때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클 수 밖에 없지만 민간에게 적극적으로 넘겨 경쟁을 부추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법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정보시스템을 정부에서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민간의 웹플랫폼 중심으로 구축돼 운영된다. 신승근 교수는 "실제 사업을 하거나 이를 유지, 관리하는 주체는 민간영역이 중심돼야 한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사업을 지속하게 되면 기득권을 갖게 된 상업시설 등의 저항이 발생해 목표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할 위험성이 커진다"고 했다.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생산자가 경쟁하는 것이므로 소비자의 기호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적용할 수 있는 민간 영역의 신속성과 유연성이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또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향납세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데는 민간 웹사이트의 다각적인 노력과 서비스 제공이 주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며 "민간 웹사이트에서는 각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보 소개와 답례품 및 사용처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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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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