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제로 재정난 극복’ 일선 지자체는 분투 중인데…
입력 : 2023-06-28 19:27
수정 : 2023-06-30 05:01
국회 토론회서 해법 논의
현행 제도는 규제로 점철
“법 개정 통한 개선 급선무”
Second alt text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향기부제 제도개선을 통한 활성화 방안 모색’ 토론회

열악한 재정 여건을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로 보완하려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시도가 눈에 띈다. 하지만 정작 지자체의 활동 무대는 각종 장애물로 점철된 형국이다. 법 개정을 통한 제도개선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배경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충남 보령·서천)과 한국지방자치학회,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주최로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향기부제 제도개선을 통한 활성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고향기부제를 활성화하려는 지자체의 노력과 이를 옥죄는 제도가 동시에 소개돼 대조를 이뤘다.

재정자립도가 9.7%로 전국 최하위 수준인 서천군은 자주재원 확보 방안으로 고향기부제를 주목하고 있다. 잠재적 기부자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지역 방문자를 성별·연령별로 분석하고 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서천을 찾는지도 조사했다. 경기·충남·전북에 거주하는 50∼60대 남성이 자연경관과 식도락·낚시를 즐기러 서천지역을 찾는다는 점을 포착했고, 방문객의 90%가 당일 관광에 그친다는 숙제도 찾아냈다.

고향기부제와 이런 분석을 연결할 아이디어도 구상했다. 낚시터 등 주요 관광지에서 고향기부제를 홍보하는 한편 숙박권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숙박 관광 비중을 늘린다는 것. 서천 방문의 소구점인 바다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단풍잎돼지풀 등 생태계 교란 생물의 확산을 막으면서 해양쓰레기를 줄이는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고향기부금을 여기에 사용할 경우 관광객은 물론 사회문제에 관심이 큰 젊은층도 기부에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봄철엔 주꾸미, 추석엔 서천쌀과 소곡주 등 시기별 답례품 목록과 서천 이미지를 더 젊게 바꾸는 청사진도 그려놓은 상태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적은 미미하다. 올 상반기엔 300여명이 3400만원가량을 기부하는 데 그쳤다.

지자체의 노력이 단기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규제로 점철된 제도 탓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토론회에서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12건의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분석했다. 권 교수는 “제도 시행 반년 만에 개정안이 쌓인 것은 그만큼 결함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실제 개정안 대부분은 규제를 푸는 것이 골자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안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충북 청주상당) 안은 현재 막혀 있는 전화, 서신, 전자적 매체를 활용한 홍보를 허용하도록 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비례대표) 안은 국가가 적극적 홍보를 추진하도록 규정했다. 현재는 지자체가 옥외광고 등 일부 방법을 통해서만 홍보할 수 있고, 예산도 모금액의 15%까지만 쓸 수 있게 제한돼 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전북 익산을) 안은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모금을 권유·독려할 경우 벌칙이나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현행법의 규정을 삭제했다.

이밖에 고향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판 고향기부제나 지정기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있다.

문제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다. 염명배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고향기부제는 지방재원 조달 방식과 주체를 바꾸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제도인데, 정부가 기존 방식대로 (통제·관리)하려고 하니 논의가 헛돈다”고 지적했다. 이석환 한양대학교 정책과학대학 교수는 “중앙정부는 법률과 시행령으로 지방정부를 획일적으로 통제·관리할 게 아니라 법률에선 딱 필요한 것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불만은 현장에서도 나왔다. 김길남 전남 영암군 주무관은 “법률에 고향기부제 시행 주체가 지자체라고 분명히 명시돼 있는데 중앙정부가 시행령으로 지자체를 옥죄면서 지자체의 제도개선 요구를 전혀 들어주지 않는 건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양석훈 기자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