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향사랑기부제를 지역 혁신의 기폭제로
입력 : 2023-01-30 18:47
수정 : 2023-02-01 05:01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8%로 초고령화(20%)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방은 이미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했다. 강원·충남·전북·전남·경북·부산 등 6곳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열악한데 인구까지 감소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재정자립도와 고령화율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45.3%였는데, 전국 하위 광역지방자치단체 4곳(강원·전북·전남·경북)은 모두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이었고 모두 초고령화율을 보였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76.3%)과 가장 낮은 전북(23.8%)은 무려 52.5%포인트 차이가 난다.

지방은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 동력이 떨어지고 침체가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재정이 좋아져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고, 일자리 증가로 지역주민의 소득이 증가해야 젊은층 인구도 늘고 전체 인구 또한 증가한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다.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고향기부제는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개인은 자신의 거주지역이 아닌 다른 지자체에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으며 10만원까지 전액을, 초과분은 16.5%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기부 금액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시행 이후 연초부터 각 지자체에서 1호 기부자 소식이 전해지는 등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각 지방의 답례품도 관심받고 있다. 기부자들이 선호하는 답례품은 주로 지역 특산품이다. 성주 참외, 상주 곶감, 서산 육쪽마늘, 철원 오대쌀, 횡성 한우 등 각 지역 특산품이 답례품으로 제공된다. 지역의 유명 공산품이나 체험 서비스도 주목받는다. 의령군과 경주시는 산소 벌초 서비스를, 속초시는 서핑 강습권을 제공한다. 대전시는 성심당 빵 선물세트를 제공하며 인기를 얻었다.

답례품이 인기를 끌다보니 답례품 제공에 경쟁이 붙어 기부금 모금에서 마케팅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향후 답례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은 고향납세제란 이름으로 고향기부제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했다. 고향납세제는 기부자가 특정 지자체에 기부한 후 거주 지자체에 신고하면 기부금만큼 공제받는 제도다. 우리처럼 기부한 지자체에서 답례품도 받는데, 각 지자체는 기부자를 뺏기지 않으려고 우수 답례품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한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답례품 제공이 부작용으로 지적됐지만,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상당한 기부금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향기부제도 일본의 사례처럼 답례품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선의의 경쟁으로 발전시키면 지방 경쟁력이 강화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유명한 지역 특산품이나 관광시설을 갖춘 지자체는 인기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어 기부금을 더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유명 특산품이 없는 지자체가 경쟁에서 소외당하지 않으려면 인기 특산품을 개발하고 기부자들이 선호할 관광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노력을 더해야 할 것이다.

지방에서 경쟁력 있는 답례품을 개발해 고향기부제가 큰 호응을 얻고 그 결과 기부금도 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업·농촌 경쟁력 증대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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