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기부 줄이어농업·농촌 활력…홍보 규제 완화·한도 늘려야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행정안전부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포스터

지난 1일 ‘고향사랑기부제’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돼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지난 12일 서울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에 각각 30만 원씩, 총 480만 원을 기부함으로써 고향사랑 기부에 동참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손흥민 선수,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양준혁 양준혁야구재단 이사장(전 프로야구선수), 배우 김수미·유해진·이문식, 가수 남 진 등 유명인들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기부도 줄을 잇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를 통해 인구감소를 넘어 소멸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의 재정에 보탬을 주고 농업·농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이다. 특히 많은 고향사랑 답례품이 농축수산물로 구성되고 있는 만큼 농업인의 소득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농업계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오른쪽 두 번째부터 서영교 의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어기구 의원 등은 지난 19일 서울역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캠페인’을 실시했다.
오른쪽 두 번째부터 서영교 의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어기구 의원 등은 지난 19일 서울역에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캠페인’을 실시했다.

# 지역소멸·궁핍 재정의 농촌 살린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우리나라의 소멸위험지역은 113개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49.6%)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이와 관련 “대부분의 군 지역은 이미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고 최근에는 소멸고위험지역이 45곳으로 2020년 대비 무려 23곳이나 증가했다”며 “신규소멸위험지역은 제조업 쇠퇴지역과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되는 등 지방소멸이 양적인 확산 단계를 넘어 질적인 심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인구가 감소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지자체의 재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평균은 45.34%다. 하위 10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영양 6.02%, 고흥 6.33%, 진안 6.42%, 완도 6.49%, 군위 6.5%, 봉화 6.52%, 신안 6.69%, 청송 6.77%, 화천 6.84%, 장흥 6.97% 등 채 7%가 되지 않는다. 이는 서울(78.14%), 성남(62.22%), 강남(58.86%), 화성(58.62%), 서초(57.81%), 경기(55.73%) 등 상위 10개 지자체와 너무도 극명하게 비교된다.

특히 이미 소멸위험지역인 군 단위는 대부분 농업이 기반인 농촌 지역으로 이들 지역 지자체의 재정(평균 재정자립도 15.9%) 여건 또한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된다.

이에 농업계는 인구감소에 따른 지자체의 재정 확충과 이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21년 10월 고향사랑기부금법이 만들어지고 지난해 시행령까지 제정돼 지난 1일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부터 시행됨에 따라 지난 2일 농협은행 본점영업부를 찾아 고향사랑 기부금을 납부하고 NH고향사랑기부 금융상품을 가입하며 고향사랑 기부에 앞장섰다.(앞줄 왼쪽부터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조소행 상호금융 대표이사,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농협은행 직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부터 시행됨에 따라 지난 2일 농협은행 본점영업부를 찾아 고향사랑 기부금을 납부하고 NH고향사랑기부 금융상품을 가입하며 고향사랑 기부에 앞장섰다.(앞줄 왼쪽부터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조소행 상호금융 대표이사, 이재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농협은행 직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이사)

# 홍보 규제 완화하고 한도 늘려야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되면 조성된 기부금으로 지자체가 지역 활력 제고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 특히 농촌지역 지자체의 재정 확보에 많은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답례품으로 농축수산물 등 지역 특산물이 제공됨으로써 농축수산물 소비 확대와 농어업인 소득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기부자에게도 혜택이 있다. 기부자는 기부금액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10만 원 초과 시에는 16.5%의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으며 기부금액의 30%이내의 상당의 답례품도 제공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10만 원을 기부하면 10만 원의 세액공제와 더불어 3만 원 상당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기획재정부의 실수로 고향사랑 기부금 세액공제 시기가 2년 늦춰지게 된 것과 관련해 기재부는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 당초 예정대로 이달 기부한 기부금부터 적용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농협 등에서는 이러한 기대감을 안고 올해 처음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가 보다 빠르게 정착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광고매체(신문, 방송, 인쇄물)를 통해서만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고 향우회나 동창회 등 사적 모임에서 적극적인 권유나 독려도 제한하는 등 제약이 많아 홍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자체도 있다. 구체적인 지역명(지자체)이나 답례품(상품)에 대해 언급할 수 없고 단지 고향사랑기부제 자체에 대해서만 알릴 수 있어 규제 완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부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아무리 경제적 여력과 기부 의사가 충분하더라도 개인별 연간 500만 원이라는 기부상한액이 있다. 윤 대통령이 16개 시·도에 480만 원을 기부한 이유다. 또한 법인의 기부가 금지돼 있다. 반면 2008년 고향사랑기부제와 유사한 고향납세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개인의 기부상한액이 없으며 법인도 기부가 가능하다.

고향사랑 기부가 가능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서는 다양한 답례품의 확인이 가능하다. 사진은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서 소개되고 있는 농어촌 체험 관련 답례품 이미지.
고향사랑 기부가 가능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서는 다양한 답례품의 확인이 가능하다. 사진은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에서 소개되고 있는 농어촌 체험 관련 답례품 이미지.

# 국민 눈높이의 다양한 답례품 개발해야

관련 전문가들은 일본의 고향납세 사례를 들며 고향사랑기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부자와 지자체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부자가 답례품을 통해 높은 만족을 얻고 지속적인 기부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상품(답례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기부자가 자신이 기부한 지자체와의 관계를 각별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부자가 지자체를 방문해 좋은 경험을 함으로써 긍정적인 이미지와 기억을 가질 수 있도록 체험형 답례품이나 지역 관광상품과 연계한 답례품 개발 등의 방안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시행 초기인 만큼 이러한 체험이나 관광과 연계된 답례품이 많지 않고 기부자가 원하는 답례품을 찾기도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다채로운 수요와 눈높이에 맞춘 기부자 중심의 답례품(상품) 개발과 인터페이스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ilovegohyang.go.kr)에서는 답례품이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가공식품, 생활용품, 지역상품권으로만 분류돼 있다. 체험이나 관광과 연계돼 지역을 찾을 수 있는 답례품은 지역상품권으로 분류돼 있고 명소 입장권이나 숙박권, 대중교통 이용권 등이 대부분으로 농어촌이나 농어가 체험과 연계된 답례품은 완주 안덕마을 체험이나 옹진 어촌체험휴양마을, 보성 시골체험 등 일부뿐이다. 벌초대행서비스 할인권 등 이색적인 답례품도 아직은 의령과 장성 정도에서만 제공하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 답례품으로 벌초대행 서비스 할인 혜택도 선택이 가능하다.
고향사랑 기부 답례품으로 벌초대행 서비스 할인 혜택도 선택이 가능하다.

# 농가의 온라인 판매 활성화 계기 기대

고향사랑기부제는 농축수산물의 소비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210여 개 지자체가 답례품을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일부 지역상품권이나 지역화폐만을 선정한 곳을 제외하면 170여 개 지자체에서 농축수산물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선택할 수 있다. 고향사랑 기부를 통해 답례품을 제공하는 지자체 중 80%에서 기부자가 농축수산물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어 농어업인의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답례품으로 농축수산물을 제공하는 경우 온라인 배송이 전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오프라인 판매에만 집중해온 지역 농·축협이나 농어업인에게 온라인 배송에 대한 경험치를 쌓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행히 답례품 홈페이지에 상품을 등록하는 방식은 일반 온라인 쇼핑몰 보다는 간편한 편으로 농협에서는 이러한 농업인의 상품 등록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는 동시에 지역 농특산물 브랜드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답례품이 배송 중심인 만큼 농가와 농협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온라인 판매에 대한 경험을 쌓고 오프라인 판매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대도 확대할 수 있도록 산지온라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