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세법, 법사위서 또 ‘발목’
입력 : 2021-06-28 00:00
수정 : 2021-06-27 22:30

행안부 쟁점사항 수정 제출했지만 법안심사 2소위 처리 미뤄

야당 “지방소멸, 지방세 조정으로 해결 … 기부금 신설 불필요” 

여당 “법 필요성 여부 논쟁 법사위 권한 넘어서 … 통과 합당”

 

인구감소와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과 농촌에 활력을 더할 수단으로 꼽히는 ‘고향사랑 기부제(고향세)’ 도입 논의가 정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민생법안으로 기대를 모은 고향세 법안이 국회에 장기간 계류되면서 추진동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4일 법안심사2소위원회를 열고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법) 제정안’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당 의원들은 “우려 사항이 보완됐으니 통과시키자”고 주장했지만, 야당 측은 “합의되지 않은 문제가 남았다”며 처리를 미루자고 했다.

고향세 법안은 지난해 11월 법사위로 회부됐다. 당시 전체회의에서 한차례 논의됐고, 올 2월과 3월 2소위에서 추가 심사를 진행한 터라 6월 임시국회에선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소관 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한 법안인 만큼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사위에서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과연 고향세가 필요하냐”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발언이 잇달았다. 유상범 의원(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은 “지금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받고 있는데 다른 법을 만들어서 또 기부금을 모은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윤한홍 의원(경남 창원마산회원)은 “지방소멸· 저출산 해결은 국세와 지방세 조정을 통해 해결할 문제지, 기부금을 신설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을 향한 질의였지만 국회에서 ‘상왕’ 소리를 듣는 법사위가 행안위를 향해 추궁한 셈이다.

이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병)은 “법사위의 권한을 넘는 수준의 쟁점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동안 2소위에서 ▲공무원 모금 강압 ▲기부금 상한액 설정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모금 주체(광역·기초단체) 중복문제 등이 쟁점으로 제기됨에 따라 행안부가 수정의견을 냈지만,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온도차가 컸다.

수정안은 공무원이 부하 직원에게 모금을 강요·권유하지 못하게 하고 위반에 대한 벌칙을 명문화했다. 개인의 기부금 한도는 연간 500만원, 지방자치단체별 접수액 상한은 연간 100억원으로 예시하면서도 법사위 의견이 있으면 수용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지방선거에 영향이 없도록 법 시행일은 내년 지방선거(6월1일) 이후인 2023년 1월1일로 유예했다.

이에 대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논산)은 “지난해 11월부터 여러 문제 제기가 이뤄졌고 법적인 완결성이 많이 보완됐다”며 “마지막 보완할 점이 있으면 부분적인 수정을 해서라도 오늘 통과시키자”고 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위원들 사이에서 상한액이나 법안 취지에 대한 의견 등이 합의되지 않았다”며 “결론을 내기 어려우니 다음으로 미뤘으면 한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그동안 야당 측에서 제기하던 문제들이 수정안에 상당히 반영된 만큼 법안 통과를 주장하는 다수 의견을 수용해달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상)은 “소위는 전체 합의를 우선으로 한다”며 “국민의힘 소속 4명은 아직까지 법안을 좀더 숙성시켜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응수했다. 야당 간사이자 2소위 위원장인 윤 의원도 “사용주체, 모금주체, 모금한도 등 쟁점이 되는 항목별로 전체적인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소위에서 판단하자”고 가세했다. 법사위에서 이미 7개월 넘게 시간을 끈 고향세 법안이 또다시 계류 안건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염명배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는 “고향세는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농촌을 살리기 위한 제도”라며 “곧 대선 정국이 시작될 텐데 이러다 21대 국회에서마저 법제화가 물 건너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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