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고향에 기부하고 세제혜택…‘고향사랑 기부제’ 국회 문턱 넘을까

이호준 기자

지난 2월 국회 문턱에서 제도화가 좌절된 ‘고향사랑기부제’가 6월 임시국회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난을 겪거나, 일시적인 재해로 어려움을 겪는 고향에 개인이 기부를 하고 기부자에게 세제혜택과 기부액의 일정액을 답례품(지역 농특산품 등)으로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10여 년 전인 2007년부터 정치권에서 본격 논의가 시작된 ‘고향사랑 기부제’는 하지만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도화에 실패했다. 농촌 재건 재원 마련 등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 악용 우려나 비수도권 지역 내에서도 오히려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발목을 잡히면서다.

22일 국회와 농업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는 24일 국회 법사위원회 제2 법안소위에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이 다뤄질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농민·농어업 단체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에 7개월째 계류중이다.

농어업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소득 감소, 일자리 감소, 인구 유출이라는 연쇄 소멸위기에 빠진 농촌 지역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 법안 처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제도 도입 시 부족한 지방 재정을 보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산 농축산물 및 농축산 가공품의 수요 증가로 농가 경영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실제로 지방의 가용 재원 부족은 교육·문화·복지 등 사회서비스 기능 약화로 이어져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인구 유출 요인으로 작용하여 지방소멸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는데 실제 2019년 말 기준 국내 주민등록상 총인구 5184만9861명가운데 약 70%가 수도권 및 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28개 기초 지자체 중 향후 30년 이내 소멸위험이 있는 지역은 2017년 85개(37.3%)에서 2020년 105개(46.1%)로 20곳이 더 늘어났다.

고령화와 지방 소외 현상을 한국보다 일찍 겪은 일본은 고향사랑 기부제와 비슷한 2008년 ‘고향납세’라는 새로운 형식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고향납세’는 지방에서 태어나 어려서 의료나 교육 혜택을 받고 자라났지만,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도시에 이주·정착해 정작 도시에 세금을 내는 ‘불합리’를 해소해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고향납세’는 나고 자란 고향 등 지역을 정해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기부금을 납부하되, 기부자가 기부한 금액 일부를 주민세나 소득세로 공제를 받는 형식이다. 여기에 다양한 지역특산물을 기부 답례품으로 받으면서 지역에도 새로운 수입원이 됐다. 2008년 81억엔(864억원)이었던 고향납세액은 2015년 1653억엔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4875억엔(약 5조2000억원)으로 2008년 대비 60배나 증가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을 동원한 모금이나 답례품 제공의 선거법 위반 소지 등 쟁점사항은 지난 입법 과정에서 거의 다듬어졌지만 여전히 몇가지 해소해야할 쟁점 사항들이 남아있다. 우선 기부제의 도입 취지는 옳더라도 기부제가 실적주의로 과열돼 지자체의 연간 모급액 상한선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과 기초·광역 구분없이 기부를 하게 될 경우 영향력이 큰 광역 지자체에 기부금이 몰릴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타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정책 효과 및 실현 가능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 고향사랑기부금제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면서 “지방재정 보완과 더불어 도농 간 소통, 교류 활성화로 지역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만큼 이번 임시 국회 회기 중 관련법이 반드시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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