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 전략

2022-11-02 10:38:10 게재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내년 1월 1일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내가 원하는 지역에 기부할 수 있는 제도로서,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답례품도 받을 수 있다.

2008년부터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를 시행한 일본은 지난해 8조원이 넘는 돈을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모금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재정자립을 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무기로 자리잡은 셈이다.

실효적 성과를 거둔 데는 민관협력이 기여했다. 히로시마현 진세키고원쵸는 지정기부제도를 통해 고향사랑기부제를 안착시켰다. 부녀회 학교법인 비영리법인 등 지역 내 민간단체들을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단체로 지정하고, 이들에게 모금 자격을 부여하는 형태로 사업을 전개했다. 진세키고원쵸는 모금액 중 사무수수료 5%, 민간 플랫폼 수수료 5%를 제외한 90%를 지정기부금 단체에 교부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문제를 분석하고, 모금 기획에서 답례품 제공까지 전 과정에 고도화된 전문성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떠나 개별 공무원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의 양이 펼쳐지기도 한다. 지정기부제도를 통해 전문성을 담보한 민간단체와 협력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기부자가 원하는 지정기부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실효적 성과 거둔 일본의 민관협력

진세키고원쵸에서 지정기부단체로 지정한 비영리법인 피스윈즈재팬은 유기견 보호를 앞세운 모금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을 고향사랑기부제로 모금하고, 100개 이상의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이런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본에서는 지정기부제도가 고향사랑기부제 내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 양구군은 이와 같은 일본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고향사랑기부제 조례안을 마련했다. 제9조 '지정기부금 모집'에 관한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지정기부금 운영사업은 해당 사업에 전문성을 가진 민간단체는 물론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에 위탁해 추진할 수 있게 명문화했다. 양구군의 이와 같은 시도는 모금과 운영, 두 측면에서 실효적 성과를 거둘만한 여건을 조성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부자 입장에서 보자면 세액공제가 되고 답례품을 주는 해당 제도는 말 그대로 답례품을 쇼핑하듯 고르면 그만일 수 있다. 어차피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적 사업에 모금액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고향사랑기부제도는 지정기부에 대한 욕구를 반영한 크라우드펀딩 형태가 출현한다. 기부자는 지정기부를 원하고, 재난재해 등 모금에서는 답례품을 제공하지 않거나 선택하지 않는 사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과 다르게 민간모금이 활성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주목해서 볼만한 사례 중 하나다.

기부자 요구 반영한 크라우드펀딩 기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제도 초기 혼선은 불가피하지만, 어떻게 하면 제도 본연의 취지를 살리면서 실효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다. 지정기부제도를 통한 민관협력과 기부자의 욕구를 반영한 크라우드펀딩에서 고향사랑기부제의 생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