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고향사랑기부제 성공의 전제

2022-10-27 12:03:16 게재

고향사랑기부금법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전국 지자체들은 이 법안이 지방소멸을 막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규제조항 때문에 이 법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금방식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대상을 개인으로 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은 인구가 줄고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지자체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개인이 고향이나 원하는 지역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기부자에게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기부금의 30% 한도 내에서 지역농특산품을 제공하게 된다. 다만 연간 기부한도를 정치자금법과 유사하게 500만원으로 제한하고 강제모집을 막기 위해 기부자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기부를 할 수 없도록 했다.

홍보 제한 풀고, 기업도 참여하게 해야

문제는 고향사랑기부금법 제7조다. 이 조항은 고향사랑기부금의 모금방법을 제한한 것으로 지자체 공무원은 개별적인 전화·서신 또는 전자적 전송매체(문자, SNS) 등을 통해 기부제도를 홍보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호별 방문이나 향우회 동창회 등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기부를 권유하거나 독려하는 것도 안된다. 리플렛 등 홍보물을 특정 장소에 비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나눠줘서도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지자체들이 출향인사 등에게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릴 방법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지방세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고향사랑기부제의 성패가 홍보에 달려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연구원은 지난 8월 선행연구와 소득세 10만원 이상 납부자 등 각종 통계에 근거해 현재 인식률인 9.5%를 기준으로 첫해 기부금액이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226개 기초지자체로 나누면 한 지자체당 기부금은 4억5000여만원에 불과해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은 금액이다. 인식률이 20%로 올라가면 예상 기부금액은 2077억원, 30%일 경우 기부금액은 3116억원으로 늘어난다.

기부금 규모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국민인식의 크기와 비례한다. 국민들이 기부금 제도를 알지 못하면 기부하는 게 불가능하다. 국민인식률을 올릴 유일한 수단인 홍보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의 기부대상을 기업으로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법의 원조격인 일본 사례를 참고하면 일본은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를 도입해 대도시와 지방격차를 해소하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지원기부가 늘어 고향납세기부액은 약 7조174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8조원을 넘어섰다.

일본도 처음부터 기부액이 이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다. 2009년에는 77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6년 기부대상을 기업 등으로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 현재는 고향세 수입이 지자체 자체 수입보다 많은 곳이 있을 정도다.

지역과 관계를 맺지 않은 기업은 없다. 지금도 많은 기업들이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부금 모금대상에서 기업을 제외하기보다 우려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법안에 담는 게 생산적이다.

원조격인 일본의 성공사례에서 배워야할 것들

고향사랑기부금법이 활성화되려면 이 법의 취지와 기부에 따른 세액공제 제도의 이해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입 막고 손 묶는' 모금방식으로는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 '고향납세제'의 성공에는 개별 지자체의 자유로운 홍보활동이 한몫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부자를 개인으로 한정하고 개별 지자체의 홍보를 제한하지만 일본은 우리와 달리 홍보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현재 행안부가 지자체에서 비용을 갹출해 고향사랑기부제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법을 고치지 않는 한 공동 대응이 불가피하겠지만 지자체 돈으로 행안부 조직만 늘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중앙정부가 기부금제도의 국민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나선 것은 이해하지만 개별 지자체의 기금사용 사업의 특장점까지 홍보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침 국회에 제도 시행 이전에 법을 고치자는 개정법안이 4건이나 올라와 있다. 이 중에는 기부금 홍보를 자유롭게 하자는 개정안도 있다. 지금이라도 고향사랑기부금법의 모금대상과 홍보에 관한 규정을 바꿔야 한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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