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세, 도시민 자발적 기부제도인데…“전혀 모른다” 73%
입력 : 2022-10-26 00:00
수정 : 2022-10-25 17:18

[도농상생국민운동본부·농민신문·농업농촌연구센터 공동기획]

[지방 활성화 마중물 ‘고향세’ 6부·끝] 국민 인식은...설문조사 결과

지난해말보다 인지도 다소 개선

시행 2개월 앞둬…홍보 더 해야

“제도 참여하겠다” 39% 긍정적

“답례품 제공 찬성” 80% 훌쩍

“연간 10만원 이하 낼것” 59%

전액 세액공제 한도만큼 기부

매력적인 ‘답례품 발굴’ 급선무

공제 상한 확대·인식률 제고도

 

그래픽=이유미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는 우리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제도의 성공적 안착 여부도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적어도 연간 1조원은 모여서 재정이 열악한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반대로 기부액이 연 1000억원에도 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공존한다. 이런 부정적 전망의 배경엔 여전히 낮은 고향세 인지도가 자리 잡는다. 최근 한국리서치의 ‘고향의 의미와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다만 고향세 도입 취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매력적인 답례품을 통해 기부를 촉진할 수 있다는 희망도 발견됐다. 내년에 시행되는 고향세, 얼마나 준비됐으며 전망은 어떠한지 한국리서치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여전히 낮은 인지도=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7월29일∼8월1일 설문조사한 결과 고향세를 들어봤거나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27%에 그쳤다. 고향세가 도시민의 자발적 기부로 작동하는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좋지 않은 성적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말 도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향세를 안다는 응답은 6.3%였다. 약 8개월 사이 고향세 인지도가 약간 개선되긴 했지만 고향세 시행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점을 고려하면 제도 홍보에 더욱 열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명배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대국민, 특히 수도권 주민과 출향민 등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방송·사회관계망서비스(SNS)·대중교통 광고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고향세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는 것이다. 한국리서치 설문조사 결과 제도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36%, 향후 제도 참여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9%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고향세가 도입되면 ‘답례품 구입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71%)’ ‘지자체 대상 기부금 수입 증가(72%)’ 등의 효과가 있을 걸로 기대했다.


◆관건은 답례품=고향세가 다른 기부 제도와 차별화하는 지점은 기부액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향세 제도를 시작한 일본 사례를 보면 매력적인 답례품 선정이 고향세 모금의 관건이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82%가 답례품 제공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지자체 답례품 구성을 고려해 기부하겠다는 응답도 66%에 달했다.

그렇다면 어떤 답례품을 원할까. 최근 충북연구원이 충북 거주 또는 충북 연고 출향인사 19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응답자들이 원하는 답례품(복수응답)으로는 ‘지역특산품’이 61.6%로 가장 많았으며 지역특산품 가운데는 쌀(27.2%)·과일(23.3%)·발효식품(17.4%)·축산품(14%) 등 우리 농축산물 선호도가 높았다. 지역특산품 외에는 지역사랑상품권(55.7%)과 공공시설 이용권(36.9%)을 원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예비 기부자들은 기부금이 고향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게 쓰이는지도 깐깐히 볼 전망이다. 한국리서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6%는 본인이 내는 기부금의 사용처를 직접 지정하고 싶다고 했다. 양질의 답례품 구성과 높은 기부 효능감이 적극적인 기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정말 고향에 도움 될까?=고향세 기부가 정말 이름대로 고향으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희망 기부처를 ‘본인 또는 부모의 고향’으로 선택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대신 ‘자연재해 등 도움이 필요한 지역’에 기부하겠다는 비율이 53%로 가장 높았고 ‘재정 상황이 어려운 지역(15%)’에 기부하겠다는 응답도 많았다.

또 현재 거주지에는 기부할 수 없게 한 고향세 제한 규정에 대해서도 ‘제한이 필요 없다’는 응답이 48%로 ‘제한이 필요하다’는 응답(26%)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대해 이소연 한국리서치 연구원은 “(국민 사이에서) 아직 고향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다른 기부활동 대비 차별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 결이 다른 조사 결과도 있다. 충북연 조사에서는 특정 지역에 기부하는 사유가 ‘고향’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출신학교·직장연고(22.8%), 친인척 거주(7.6%) 순이었다.


◆얼마나 모일까?=고향세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함으로써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간 균형발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일본 고향세 제도는 도입 당시인 2008년 실적이 81억4000만엔(814억원)에 불과하다가 2021년 8302억4000만엔(8조9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며 지방재정 확충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제도 첫해 우리는 어떨까. 한국리서치가 고향세에 참여할 경우 최대 얼마를 내겠느냐고 묻자 응답자 59%가 연 10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이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가 10만원(10만원 초과분은 16.5% 공제)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박상헌 한라대학교 정보통신기술융합공학부 교수는 “일본은 60만∼70만원 세액공제를 해준다”면서 “고향세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추후 세액공제 상한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소액 기부가 대다수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얼마나 참여할지가 기부 규모를 좌우할 전망이다. 신승근 한국공학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고향세는 10만원까진 전액 공제받고 기부금 30% 한도로 답례품도 받는 혁신적 제도”라면서 “우리나라 납세자 1600만명 가운데 60%가 10만원씩 기부하면 1조원이 모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이슈페이퍼 ‘고향사랑기부금법 제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대응방안’에서 고향세 기부금액이 연간 987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가 기대할 수 있는 평균 고향세 수입이 5억원도 되지 않는 셈이다. 다만 이런 전망은 고향세 인식률을 9.5%로 가정한 것으로 정부가 지자체의 고향세 홍보에 따라 실제 기부액은 달라질 수 있다. 보고서는 인식률을 20%까지 높이면 예상 기부금액이 2077억원으로, 30%로 높이면 3116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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