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대도시로 건너갔다. 그 결과 지난 70여년간 수도권은 엄청나게 확대됐다. 서울·경기·인천에는 인구의 절반 이상, 1000대 기업의 75%가 몰려 있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개인 소비의 72%가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성장은 효율성을 발휘해 대한민국을 삽시간에 ‘50-30클럽’에 올려놓았지만 부작용도 드러냈다. 지방 소멸, 저출산, 청년 실업, 지방대 위기 등 지역의 거의 모든 문제가 중앙중심주의에서 비롯된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하려면 지역 스스로 실정에 맞게 정책을 마련하고 살림을 꾸려야 한다. 하지만 도 단위 재정자립도는 39.4%에 불과하다. 군 지역은 10% 미만도 수두룩해 자체 수입으로는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할 형편이다.
이 같은 지역 사정을 헤아리고 고향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뜻깊은 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사랑 기부제)이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일본에서 2008년 도입돼 큰 성공을 거뒀다. 개인이 고향 또는 응원하고 싶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상당 금액을 기부금 처리해준다. 지역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돌려주기도 한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시행 첫해(2009년) 770억원에 불과하던 기부금 규모가 2014년 3800억원, 2015년 1조6000억원, 2018년에는 5조1000억원으로 11년 만에 66배 넘게 뛰었다. 놀랄 만한 성과다. 한국에 고향사랑 기부제가 도입되면 넉넉지 않은 지방재정에 큰 버팀목이 될 것이다.
2019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소 6800억원에서 최대 3조4000억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물었던 곳간을 조금이나마 적셔줄 금액이다. 법안에 따르면 전체 기부액의 30%까지는 고장 특산물로 기부자에게 답례할 수 있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본다. 이는 지역 내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주민 소득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기부 문화를 퍼트리는 데도 적잖은 힘이 된다. 한반도는 예로부터 가진 자는 구례 운조루의 ‘타인능해(他人能解)’ 정신으로 베풀었고 가난한 자도 한 톨의 쌀을 이웃과 나누는 미덕을 보였다. 고향 기부는 나의 뿌리, 가족의 뿌리, 지역의 뿌리를 찾고, 더불어 사는 한국의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는 데 힘을 보탤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을 고르게 발전시키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지난해 전남에서만 1만명에 가까운 청년이 빠져나갔다. 청년 1명을 키우는 데 4억원 정도 비용이 드는 것을 고려하면 4조원의 부(富)가 유출된 셈이다. 소도시와 대도시의 인구 균형을 맞추고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는 데 고향사랑 기부제가 필요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고향사랑 기부제는 20·21대 국회에서 발의됐고, 최근 국회 행안위를 거치는 등 7부 능선을 넘었다. 한국인에게 고향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다. 타지에 있어도 나고 자란 곳만 생각하면 그립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고향사랑을 넘어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고향사랑 기부 법안’이 하루빨리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를 200만 도민과 함께 간절히 바란다.